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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요약

걷는 사람 하정우 책요약

걷는 사람, 하정우 책요약

저자-하정우, 출판-문학동네 


아,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구나. 아프고 힘들어도 나를 일으켜서 조금씩이라도 움직여야 하는 거였구나.

걷는사람-하정우
걷자

■ 나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은 정말 치열하게 일한다. 그런데 휴일에 나가떨어질 만큼 평소 일에 지나치게 매달리기 때문일까, 정작 일은 너무나 열심히 하는데 휴식 시간에는 아무런 계획도 노력도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그대로 던져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치고 피로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곧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 한참을 걷다 집으로 돌아와 패딩을 벗으면 어느새 셔츠가 땀에 흠뻑 젖어 있다. 한 겨울에 이렇게 땀이 많이 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젖은 옷들을 벗어서 세탁기에 넣어놓고 반신욕이나 족욕을 할 준비를 한다. 이때 절대 빠져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뜨거운 코코아 한 잔이다. 땀을 뺀 몸은 더없이 상쾌하고, 달콤한 코코아는 꿀맛이다. 적당히 뜨거운 음료가 몸을 노곤하게 만들면서 안정감이 찾아온다. 어떤 생각을 해도 마음이 평화롭고 자유롭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도 같다. 그저 걷기만 해도 매일 이렇게 완벽한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는데 어떻게 걷지 않을 수가 있을까.

 

■ 개봉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오점은 시간을 되돌려 바로 잡을 수가 없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영원히 그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고된 촬영 현장의 요건들이나 그 시절 나의 개인적인 어려움은, 나의 얼굴로 영화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캐릭터와 그 영화를 볼 관객들 앞에 작은 핑곗거리도 될 수 없다. 

 

■ 내가 걷기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오랫동안 연기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어느 날에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어떤 날에는 나 자신에게 너무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내 주변의 배우들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도 잘 살펴보면 영락없이 직장인이나 운동선수 같은 일과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특정한 직장에 메인 몸이 아니니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원 없이 놀고 불쑥 여행을 떠나거나 사는 장소를 바꾸기도 쉬울 것 같지만 아니다. 일정한 곳에 출근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언제 일이 들어오고 불쑥 스케줄이 잡힐지 모르니 늘 몸을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느슨하고 여유롭게 사는 보헤미안보다는 중요한 경기를 앞둔 스포츠 선수나 회사의 명운이 걸린 PT를 준비하는 직장인들과 더 닮아 있다. 

 

■ 나는 남을 웃기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작정하고 웃기려들면 과장되기 마련이라 부담스럽고 오히려 재미가 떨어진다. 웃기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지면 이미 그 농담은 실패한 것이다. 유머는 삶에서 그냥 공기처럼 저절로 흘러야 한다. 마음에 여유가 부족하면 이런 유머가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서 유머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촬영 현장에서도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웃기는 일을 좋아한다. 남을 웃기면서 나도 웃는다. 내 유머가 사람들을 웃게 할 때, 나는 내가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된다.